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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대지
그곳에 가 보았다. 도시는 동쪽에 있어 동천이라 불리우는 작은 천이 정감있게 굽이 흐른다. 한가해 보인다. 아마도 우리가 몇 시간전 번잡한 서울을 탈출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대지는 적막하고 고즈넉하다. 바람이 분다. 하늘이 커다랗게 들어온다. 벌판 같다. 수평적이다. 잔잔히 흐르고 있다. 머지않아 주변에 고층 아파트들이 들어서면 지금의 이러한 풍경만으로도 이곳은 도심의 작은 여유가 될 것 같다. 감각적이고 세련된 칼라보다도 오히려 무채색의 무던함이 더 어울릴 것 같다. 강한 어휘로 자신을 뽐내는 건물보다는 풍경처럼 읽히며 주위와 동화되면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오래갈 수 있고 친근한 건물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프로그램
보건소, 도서관, 평생학습시설, 공연장 등의 시설들이 서로 어울려야 한다. 서로 공유할 것은 공유하면서도 나름대로의 자기 독자성을 가져야 한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보편적인 기능들이다. 이들이 모여 있는 것만으로 마을의 공동우물터나 빨래터, 마을회관 같은 공동체적 장소가 된다. 건물안에서 복도와 복도로 이어지기 보다는 작은 캠퍼스마을을 만들어 외부공간을 더 많이 끌어들이면서 그 안에 풍부한 삶의 이야기들을 담고 싶다.
건축 그리고 후기
어쩌면 처음에는 ‘재미있다’ 정도의 느낌이지만 보면 볼 수록 설득력을 갖게 되는 배치. 사용자 입장에서 편리하고 편안한 건축. 익숙한 풍경같은, 드러나지 않는 건축. 보여주기보다는 정말로 지어지기를 바랬던 건축. 우리는 그런 것을 하고자 했다.
유난히 습하고 무더웠던 2008년 여름. 또 하나의 가슴 저린 추억을 만들다. 서투른 욕심, 소박한 내용주의도 있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한 계절 그 추억을 통해 우리는 조금 더 성숙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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